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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instime 2011. 5. 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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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엄마를 잃어버린지 오래였다~!. 11년...

 꼭 읽어보려던 책이였는데, 대구 MBC 2층 서점에 들러, 김진명의 소설 '고구려1,2,3'권과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등, 손에 잡히는 대로 오랜만에...여러권의 책을 사버렸다.

사실, 아내 사무실에 같이 일하는 26살난 자동차 정비공에게 생일 선물로 살 책 한권(아프니까 청춘이다)이면, 충분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감수성에 가득차서...혼자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의 라임나무 오렌지를 읽으면서도 이런 일을 겪었는데...

 

 

p.93

 - 너는 내가 낳은 첫애 아니냐. 니가 나한티 처음 해보게 한 것이 어디 이뿐이간? 너의 모든게 나한티는 새세상인디. 너는 내게 뭐든 처음 해보게 했잖어. 배가 그리 부른 것도 처음이었구 젖도 처음 물려봤구. 너를 낳았을 때 내 나이가 꼭 지금 너였다. 눈도 안 뜨고 땀에 젖은 붉은 네 얼굴을 첨 봤을 적에.... 넘들은 첫애 낳구선 다들 놀랍구 기뻤다던디 난 슬펐던 것 같어. 이 갓난애를 내가 낳았나.... 이제 어째야 하나.... 왈칵 두렵기도 해서 첨엔 고물고물한 네 손가락을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했어야. 그렇게나 작은 손을 어찌나 꼭 쥐고 있던지. 하나하나 펴주면 방싯방싯 웃는 것이...

하두 작아 자꾸 만지면 없어질 것두 같구. 내가 뭘 알았어야 말이지. 열일곱에 시집와 열아홉이 되도록 애가 안 들어서니 니 고모가 애도 못 낳을 모양이라 해쌓서 널 가진 걸 알았을 때 맨 첨에 든 생각이 이제 니 고모한티 그 소리 안 들어도 되네, 그게 젤 좋았다니깐. 난중엔 나날이 니 손가락이 커지고 발가락이 커지는디 참 기뻤어야. 고단헐 때면 방으로 들어가서 누워 있는 니 작은 손가락을 펼쳐보군 했어. 발가락도 맨져보고. 그러구 나면 힘이 나곤 했어. 신발을 처음 신길 때 정말 신바람이 났었다. 니가 아장아장 걸어서 나한티 올 땐 어찌나 웃음이 터지는지 금은보화를 내 앞에 쏟아놔도 그같이 웃진 않았을 게다. 학교 보낼 때는 또 어땠게? 네 이름표를 손수건이랑 함께 니 가슴에 달아주는데 왜 내가 의젓해지는 기분이었는지. 니 종아리 굵어지는 거 보는 재미를 어디다 비교하겄니. 어서어서 자라라 내 새끼야, 매일 노랠 불렀네. 그러다 언제보니 이젠 니가 나보다 더 크더구나.

엄마는 그를 향해 등을 세우고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주었다.

- 어서어서 자라라. 했음서도 막상 니가 나보다 더 커버리니까는 니가 자식인데도 두렵데.

- ..........

- 너는 다른 애덜 같지 않게 말이 필요없는 자식어었다. 뭐든 니가 알아서 했잖어. 얼굴은 이리 잘생기구 공부는 또 얼마나 잘했구. 자랑스러워서 난 지금도 가끔 니가 진짜 내 속에서 나왔나 신기하다니까...봐라, 너 아니믄 이 서울에 내가 언제 와 보겄냐.

 

..........3일만에 이 한권의 책을 아주아주 맛있게 읽었다....고맙다...이런 소설책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만39년만에 읽어 보는 가족과 엄마에 깊은 이야기였다~!

 

며칠 전 아내의 외삼촌내외와 막창집에서 오랜만에 술을 한잔하는데, 아내보다 한살 많은 처외숙모가 요즘 책을 읽는 것이 그리 재미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예전에는 책을 보는 것이 그렇게 싫었는데, 자식들에게 책읽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생각하면서, 한두권씩 읽기 시작해서 요즘은 한시간이상 독서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 표정이 여간 즐겁고, 행복해 보이는지~!

 

다 읽은 책을 숙모에게 빌려줘야겠다~^^

 

 



P 박씨아저씨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